2009/01/07 22:56

프랑스 프로방스 지역의 포도주 생산지

프랑스 프로방스 지역의 포도주 생산지

프랑스 프로방스 지역의 포도주 생산지

중세부터 이어온 ‘최고급 와인’을 향한 자존심

  작렬하는 태양과 온화한 기후, 바다, 산, 강 그리고 독특하고 다양한 풍경이 있기에 프랑스의 프로방스(Provence) 지역은 전 세계인이 꿈꾸는 휴양지이자 꼭 한 번쯤은 들르고픈 관광 명소로 정평이 나 있다.
 각 나라에서 온 부자들과 유명인들의 별장을 둘러 보는 것도 흥미로운 일이겠지만 이 곳의 매력은 무엇보다도 싸고 맛있는 음식과 잘 익은 풍부한 과실들이다. 초록의 올리브 열매며 새빨간 토마토, 통통하게 물오른 복숭아 등 온갖 종류의 탐스러운 과일들이 지천이다. 그러나 이 중에서도 제일이라 할 수 있는 것은 역시 촘촘한 검은 알이 탐스러운 포도. 유럽인들의 정찬에 빠지지 않는, 프랑스에서는 간단한 식사에서조차 늘 따르는 와인의 주 재료다.
 와인을 논할 때는 의례 프랑스를 먼저 떠올리게 되고, 그 중에서도 보르도 지방이 많은 이들에게 익숙해져 있다. 하지만 세계 곳곳에는 와인 생산지들이 무수히 있으며 생각보다 저렴한 가격에 양질의 와인을 발견할 수도 있다.


프랑스의 가장 오래된 와인 생산지
  프로방스 지역은 남부 론(Rhone)을 포함해 프랑스에서 가장 오래된 와인 생산지다. 14세기 초 교황 가스꽁 끌레망 5세가 이곳 프로방스의 아비뇽으로 망명을 오면서 포도나무 경작을 명했고, 그 후 요한 22세에 의하여 본격적으로 이 지역에서 포도 재배와 와인 생산이 발전되었다.


 프로방스와 남부 론 주변에서 생산되는 와인은 무수하지만 그 중에서도 ‘샤토눼프 뒤 파프(Chateauxneuf-du-Pape)’의 명성은 잘 알려져 있다. 특히 세계적으로 와인의 소비가 많은 선진국에서는 ‘샤토눼프 뒤 파프 시음협회’가 있어서 많은 와인 마니아들이 멤버로 가입해 이 와인의 다양한 맛을 여덟 코스가 넘는 디너와 함께 즐기곤 한다. 또한 매년 수확기가 되면 생산지를 찾아가 새롭게 만들어진 와인을 시음하며 의견을 교환하기도 한다(참고로 필자는 유일한 한국인 멤버이고, 멤버가 되려면 회원의 추천과 협회의 동의가 따라야 한다).


 샤토눼프 뒤 파프는 씨라를 비롯해 그르나슈, 셍소, 무르베드르 등 각기 다른 13가지 종류의 포도 품종들을 섞어 만들기 때문에 와인 한 모금에서도 다양한 향과 맛을 느낄 수 있다. 대체적으로 타닌(포도껍질에서 나오는 성분으로 레드 와인에만 있다)이 많고 매운 듯하면서도 과일향이 풍부해 숯불갈비나 닭볶음처럼 강하고 칼칼한 한국 음식과 조화를 잘 이룬다. 루산느, 마르산느 등의 포도 품종을 섞어 만든 화이트 와인은 풍부하면서도 섬세한 맛과 톡 쏘는 듯 한 느낌, 그리고 뛰어난 열대 과일향 때문에 레드 와인보다 훨씬 각광 받으며 값도 비싸다. 특히 닭고기나 바비큐 류, 삼겹살과도 잘 어울린다. 병 목 주위에는 샤토눼프 뒤 파프만의 독특한 문양이 새겨져있어 오랜 역사와 자긍심을 나타낸다.


 대부분의 남 프랑스 와인들이 그렇듯이 샤토눼프 뒤 파프 또한 어떤 특정한 양조장이 있다기보다 현재 프랑스 와인 등급 제도인 ‘AOC 제도’의 모체라 볼 수 있는 ‘코오퍼레이션 시스템(Cooperation System, 우리의 농업 협동 조합과 비슷하다)’으로 운영된다. 거의 대부분의 포도원은 언제든지 찾아 가 볼 수 있고 와인을 무료로 시음하거나 구입할 수 있는 장소가 마련되어 있다. 단 양조장 견학을 하고자 할 때는 단체 견학을 미리 예약해야 한다.
 이 곳에서는 특정한 지식층이나 부유한 이들만이 아닌 농부나 일반 회사원들 모두가 점심, 저녁 끼니를 가리지 않고 부담 없이 와인을 즐긴다. 실은 샤토눼프 뒤 파프보다는 한 병에 5천 원도 안 되는 훨씬 더 저렴한 다른 지역의 와인을 마시지만.


‘와인 장터’에서 마음껏 공짜 시음도
  그러나 그들이 와인에 갖는 자긍심은 대단하다. 여름 한 달 내내 벌어지는 와인 축제를 지금까지도 지속하는 것을 보면 말이다. 오랜 역사와 세계적인 품질이 전통을 지켜가는 사람들에 의해 더욱 빛을 발하는 듯 하다.


 중세 의상을 갖춰 입은 기사단들과 가장 행렬, 각 포도원에서 주관하는 와인 장터와 경매 그리고 골동품 시장을 비롯해 근처 프로방스 마을에서 벌어지는 다양한 축제들이 한데 어우러져 관광객들의 발길을 사로 잡는다. 여름 성수기에서 수확기까지는 거의 매일 ‘와인 장터’가 서기 때문에 그때 이 곳을 방문하는 사람들은 여러 마을을 돌아다니며 마음껏 시음할 수 있는데, 2천 원 정도의 잔을 하나 사면 모든 종류의 와인을 무료로 마실 수 있다.
 더운 날씨에 욕심껏 포도주를 마셨다가는 술기운 때문에 곤혹스럽기도 하겠지만 빼어난 경치 속에서 싸고 맛난 점심 정찬과 무한정 즐기는 포도주, 그리고 한 두 시간쯤의 시에스타(낮잠)에 취하는 매력은 경험해 보지 않고는 상상하기 힘들 것이다.

<강지영 / 음식평론가 겸 와인 교육가>

◎ 가는 길

▶인천~파리 : 대한항공 매일 운항(약 12시간 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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